국내 화장지 원단 제조사들이 네이버, 쿠팡 등 국내 주요 유통사들에게 화장지 원산지 표기를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저렴한 수입산 원단이 국내에서 재단, 포장만 돼 '국산'으로 둔갑하는 문제가 심각한 데 따른 것이다. 제지업계는 또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입찰 구매에 수입산 원단 사용 규제, 국산품 우선 구매품목 지정을 조달청에 요청했다.
한국제지연합회는 25일 쿠팡과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SSG닷컴,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홈앤쇼핑, 공용홈쇼핑 등 국내 주요 유통사들에게 "수입 위생용지류 원산지 표시 관리 요청" 공문을 보냈다.
제지연합회는 공문을 통해 "화장지와 미용지, 치킨타올, 핸드타올, 냅킨 등 생활필수품인 위생용지류가 최근 들어 무차별 수입돼 국내 중소 위생용지 기업의 존립을 위협, 국내 산업이 붕괴하는 실정"이라며 "저가 수입 위생용지는 원료의 합법성, 생산공정의 불투명함 등 여러가지 확인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수 제품이 수입 원단을 국내에서 단순 가공만 하고 원산지가 '한국/대한민국'으로 적혀 판매된다"며 "이는 법 위반 소지가 있고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유통 채널들의 기업 윤리와 ESG 경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생용지 업계는 크게 원단 제조업계와 가공업계로 구분한다. 완제품은 가공업계가 만들지만, 이들은 단순히 원단의 재단과 포장을 맡기 때문에 화장지의 품질과 안전성은 원단이 좌우한다.
문제는 수입 원단으로 제조한 위생용지가 한국에서 완제품으로 가공된다는 이유로 국산으로 표기돼 판매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원산지 표기 관리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완제품을 국내에서 만들었더라도 현행 표시광고공정화법와 위생용품관리법 등에 따르면 최종소비자가 원산지를 오인하도록 하면 안되기 때문에 해당 상품들은 "부정 표기"라고 해석한다.
수입산 원단은 국산보다 25~50% 저렴하다. 제지업계는 국내 산업을 고사시키려 가격을 일부러 본국보다 낮게 책정했다며 인도네시아 APP(Asian Pulp and Paper)를 산업부에 덤핑으로 제소하는 절차도 진행 중이다(관련 기사 : [단독]물러날곳 없는 중소제지사...글로벌 10위 印尼회사 '덤핑' 제소).
하지만 국내에 화장지 가공업체가 200여개로 늘어나고, 수입산 원단 사용이 많아지면서 한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화장지 원단 60만톤 중 수입산 원단은 2010년 8036톤에서 지난해 15만5000여톤으로 증가했다. 국내 원단 제조업계는 생산량을 지난해에 전년 대비 26% 줄이고 길면 2년, 짧으면 6개월 안에 도산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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