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산 (하드)펄프 가격 5월 t당 860달러
두달째 상승세...연초대비 10%↑, 역대 최고치 83.5%
"900달러까지 인상" 전망도...한솔·무림 "판가계획 無"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종이 원재료인 펄프의 국내 수입산 가격이 역대 최고가 대비 80%까지 치솟으면서 인쇄용지, 포장지, 화장지 등 관련 종이 제품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중국·유럽 등의 경기 호조로 펄프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지만 생산국의 파업이나 사고 등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남부산 활엽수 펄프(SBHK, Southern bleached hardwood kraft)의 5월 평균 가격은 t당 860달러로 전월 대비 4.88% 올랐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이자 52주 최고가다. 펄프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째 연속 오름세를 보이다가 2~3월 보합세로 숨고르기를 했지만 다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5월 펄프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37.60%, 연초 대비로는 9.55% 뛰었다. 역대 최대치인 2022년 8월(1030달러) 대비로는 83.50%까지 올랐다.
미국 남부산 활엽수 펄프는 국내 인쇄용지와 화장지, 포장지 등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며 일명 ‘하드우드’라고 부른다. 이보다 품질이 조금 더 좋고 가격이 100달러 정도 비싼 침엽수를 활용한 펄프는 ‘소프트우드’라고 한다. 한해 국내에서 소비하는 펄프는 하드우드와 소프트우드를 모두 합쳐 230여만t으로 이중 190여만t이 수입산이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펄프를 유일하게 만드는 무림P&P(009580)가 담당하고 있다. 수입산 중에서는 하드우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펄프 가격 상승은 하드우드와 소프트우드 모두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수급상의 문제 때문이다. 견조한 경기를 보이는 미국이나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는 중국과 유럽에서 종이 수요는 늘고 있지만 생산국의 파업이나 사고 등으로 펄프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핀란드의 최대 펄프 공장에서 화재가 터진데다 현지 제지 노조와 항만 노조가 파업까지 전개하면서 소프트 펄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칠레에서도 항만 노조 파업 문제로 하드우드 가격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 중동 분쟁에 따른 홍해 물류 차질도 수급을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국내 수입산 펄프 가격이 오르면 펄프 회사의 마진 압박이 커져 종이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펄프를 제품으로 생산하는 무림P&P는 완제품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지만, 펄프를 수입해 원료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지회사들은 원가 상승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제품 종류에 따라다르지만 펄프는 많게는 원가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솔제지(213500)는 지난해 12월 도매상에게 판매하는 산업용지와 인쇄용지 할인율을 8%씩 축소하는 방식으로 판가를 올렸다. 영수증과 택배 라벨 용지로 쓰는 감열지의 수출 가격도 8% 인상했다. 다만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009200)는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펄프 가격이 t당 9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24일 보고서에서 “향후 펄프가격도 현 수준에서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펄프가격의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t당 870~900달러 수준의 움직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보다 t당 40달러 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펄프가격은 올 상반기까지 강보합세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하드우드펄프는 3분기(7~9월) 중 대단위 해외 신증설 물량(약 545만t)이 예정돼 있어 가격상승은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3분기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하드우드펄프 생산 설비 증설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펄프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판가 인상을 예고하고 제지회사가 가격을 올리는 경우는 없다”며 “당장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해도 가격 인상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고 뀌뜸했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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