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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없는 세상 오면…제지업체는 뭐 먹고 살지?
이름
관리자
날짜
2024.07.28 08:07
조회수
137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미사용)’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관공서나 병원, 은행을 가더라도 종이와 펜 대신 태블릿PC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죠.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교육 현장에 종이 교과서 대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기록 매체로서 2000년간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종이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모습입니다. 그럼 종이를 만들어 파는 제지업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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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없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자 국내 제지 양강 한솔제지와 무림도 살아남기 위해 새 아이템 찾기에 나섰습니다. 바로 종이를 기반으로 한 신소재입니다. 디지털에 빼앗긴 파이를 플라스틱 대체재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인데요. 식품 용기와 포장재뿐 아니라 자동차 내장재, 가구, 이차전지 등의 분야와 협력해 대체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두 회사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에서 추출해 만든 친환경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 응용 기술개발에 한창입니다. 나무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로 쪼개 나노화한 고분자 소재 물질로, 자연에서 생분해가 가능해 미용과 의료, 도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죠.

 

 

분자 간 결합력이 탁월해 무게는 철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에 달해 ‘제2의 탄소섬유’로 불립니다. 고강도 내열성 자동차 내장재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솔제지는 2010년부터 나노셀룰로오스 개발을 시작해 2020년 ‘듀라클(Duracle)’ 브랜드를 선보이고 다양한 업종과 협업 중입니다. 아모레퍼시픽과는 친환경 화장품 원료를, 노루페인트와는 친환경 페인트를 각각 개발하고 있죠. 나노셀룰로오스 기술을 토대로 타이어와 자동차 부품 신소재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무림도 나노셀룰로오스 소재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P&P는 건조펄프가 아닌 생펄프에서 나노셀룰로오스를 제조할 수 있는 원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림은 나노셀룰로오스의 특성을 응용해 높은 점도와 보습성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에서부터 산소나 수분 투과를 막는 배리어 필름 형태의 의약품, 식품포장재, 자동차 내장재 소재 개발까지 다방면에서 종이의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패키징 시장에서는 이미 빠르게 플라스틱을 대체해나가는 추세입니다. 한솔제지는 신소재 연구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라스틱이나 비닐, 알루미늄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와 친환경 PE-Free 종이용기 ‘테라바스(Terravas)’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벌써 롯데와 신세계그룹, 오뚜기 등 유통기업들과 활발히 협업을 펼치고 있죠.

 

프로테고는 수분·가스 차단성 기술을 적용해 만든 특수 종이 포장재입니다. 기존 종이 포장재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고차단성을 갖춰 식품 등 내용물의 보존성을 높여줍니다. 사용 후 종이로 분리배출이 가능해 탄소배출량을 약 40%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종이용기 테라바스는 기존 플라스틱 계열의 폴리에틸렌(PE) 코팅 대신 한솔제지가 자체 개발한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했습니다. 컵, 빨대 등 다양한 용도에 활용 가능해 대형 식음료 프랜차이즈나 식품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무림에서는 ‘펄프 몰드’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 접시와 도시락 용기, 종이컵 등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습니다. 펄프 몰드는 플라스틱 코팅을 하지 않아 분리수거가 쉽고 생분해도 가능하죠. 

 

또 펄프와 목재, 톱밥 등을 활용해 개발한 ‘우드 플라스틱(WPC)’을 시장에 내놨는데요. 이 소재들은 플라스틱을 대체한 옷걸이, 칫솔, 화장품 케이스 등 다양하게 쓰일 수 있죠. 에코 옷걸이는 코오롱스포츠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쓰이고 있다고 하네요.

 

무림은 2020년 국내 제지업계에서 가장 먼저 친환경 종이브랜드 ‘네오포레’를 론칭했습니다. 다양한 식품기업에서 무림의 네오포레 종이컵과 종이빨대, 종이완충재 등을 사용 중입니다. 45일이면 생분해 가능해 친환경성을 강화했습니다.

 

종이 소비가 줄면서 페이퍼리스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종이는 다양한 형태로 남아 여전히 우리 삶을 이롭게 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 도다솔 기자 did0903@bizwatch.co.kr